우는 남자여, 우리에게 왜 이러는 거예요?

개봉일이자, 제 6회 전국지방동시선거일인 오늘 ‘우는 남자’ 를 조조로 보고 왔다. 물론 투표도 하고.

시사회 평이 생각보다 안 좋았고, 주된 액션이 칼이 아닌 총이라는 점, 그리고 이정범 감독의 전작 ‘아저씨’ 와 비슷한 장르의 영화라는 점에서 많은 선입견을 가지고 볼 수 밖에 없었는데…

그 날의 총알 한 발이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진실을 원해?” 

낯선 미국 땅에 홀로 남겨져 냉혈한 킬러로 살아온 곤.
조직의 명령으로 타겟을 제거하던 중 예상치 못한 실수를 저지르고, 그는 자신의 삶에 깊은 회의를 느낀다. 그런 그에게 조직은 또 다른 명령을 내리고, 곤은 마지막 임무가 될 타겟을 찾아 자신을 버린 엄마의 나라, 한국을 찾는다.

“당신 이름이 뭐야?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남편과 딸을 잃고, 치매에 걸린 엄마를 돌보며 하루하루 절망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여자, 모경.
엄청난 사건에 연루된 것도 모른 채 일만 파고들며 술과 약이 없으면 잠을 이루지 못하던 그녀 앞에 딸의 죽음 뒤에 감춰진 진실을 알려주겠다는 한 남자가 다가온다.

잃을 것이 없는 남자와 남은 게 없는 여자, 그들이 절벽의 끝에서 만났다

옆집 아저씨가 아닌, 미국에서 건너온 킬러

동일 선상의 장르에 있지만, 이번 영화는 이정범 감독의 전작 ‘아저씨’와는 다른 남자 주인공이 등장한다. 옆집 아저씨였던 차태식은 은둔 생활을 거듭하던 와중 옆집 꼬마 ‘소미’와 함께 천인공노할 조직의 음모에 휘말리면서 소미를 구하기 위해 나쁜놈들을 씹어먹는다.


[ 시종일관 말 몇마디 하지 않는 카리스마로 적들을 씹어드셨던 옆집 아저씨, 차태식 ]

반대로, ‘우는 남자’인 곤은 정말 안 울것 같은 표정으로 청부살인을 업으로 삼은 남자입니다. 그렇지만 과거에 겪었던 상처를 (상대적으로)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예상치 못한 실수로 인해 자책하는 모습 등등은 입체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두 캐릭터는 같은 듯 전혀 다릅니다.


[ 냉혹한 킬러이지만, 다분히 감정적인 캐릭터 ‘곤’은 전작의 옆집 아저씨와는 다른 구석이 많다 ]

스토리 : 우리에게 왜 이러는 거예요

영화를 보러 가기 전에 염두에 둔 점은, ‘액션을 어떻게 그려낼 것인가’ 와 ‘액션을 어떻게 정당화 시킬 것인가’ 였다. 그런데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을 영화가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다.

곤은 최모경을 죽이려고 왔는데, 어쩐 일인지 되려 모경을 도와준다. 여기서 단순히 모경의 딸을 실수로 죽였다는 죄책감 때문이라고 하기엔 납득하기 어렵다. 영화는 곤이 엄마에게 버림받았던 과거사와, 모경이 처한 상황을 배치해서 공감대를 이끌어내려 했지만… 허술하다. 머리로 이해해 보려 해도, 아마 딸을 잃고 혼자 우울해 있는 모경과 자신을 버린 엄마를 오버랩시키는 장면이 곤에게 결정적으로 다가오면서 ‘당신은 그러니까 살아’ 라고 했던 것 같기는 한데.. 그래서 이게 끝?

이런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상황’을 오버랩시키는 것은 ‘아저씨’ 때도 나왔었다. 그 때는 좀 더 직관적이게도 자신의 아내와 죽은 아기를 소미에게 투영하는게 자연스러웠다. 그게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게 첫 번째 아쉬움이다. 모경이 곤에게 ‘대체 나에게 왜 이러는 거야’ 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시점에서 나도 외치고 싶더라. “이걸 보고 있는 나한텐 대체 왜 이러는 거야.”


[ 여주인공 모경이 이해하지 못하는 곤의 호의(?)를 관객도 이해하지 못했다면? ]

액션 : 스케일 업, 리얼리티 다운

그럼 첫 번째 질문 ‘액션 자체’ 는 제대로 된 답을 내놨냐, 하면 그게 또 아닌 것 같다. 사실 아저씨도 마찬가지겠지만 스토리가 중요한 영화는 아니었다. 그래서 액션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를 잘 보여줬다면 중박은 하겠구나 생각했었다.

육탄전이 있긴 하지만, 이번에는 주무기가 칼이 아닌 총이라는 게 차이점이겠다. 당연히 원빈처럼 싸울 수 없는 것을 잘 안다. ‘아저씨’는 정말 간결하고 차갑게 급소를 찔렀다면 ‘우는 남자’는 비슷해 보이지만 감정이 드러나는 투박함도 보인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기 이전엔… 총만 쏘자니 심심하니까 격투씬도 넣고 이것 저것 넣었나? 라는 생각이 든다. 아파트에서 총격전을 벌이는데, 어떤 생각이 들었냐면 ‘저기 주민들은 대피를 했을까.. 위험한데..’ 같은 거다. 액션 자체에 긴장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헉 하고 숨막힌 씬 같은 게 사실 사라졌다.


[ 이렇게 터지고 쏘지만… 뭔가 간단하고 심심했다. ]

나름 선전한 배우들

너무 단점만 이야기 했으니, 분위기를 조금 바꿔보자. 만족스럽지 못한 스토리라인과 액션 장면에서도, 배우들은 나름대로의 색을 갖춰가며 선방했다고 본다.

장동건은 냉혹한 척 하는 캐릭터를 연기해야 했는데, ‘우는 남자’이므로 속으로는 울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정이 슬쩍 슬쩍 드러나줘야 하는 어려운 역할이었다. 주어진 액션은 잘 소화했다고 생각하는데, 원빈처럼 잘생긴 모습을 카메라가 많이 담지는 못 했나 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 하지만, 역할이 그렇다 보니 애당초 멋있게 찍을 수 없겠구나 싶기도.


[ 총으로만 싸우지 않은, 눈빛으로도 싸운 장동건 ]

김민희는 딸을 보내고 난 자신을 자책하고, 딸이 죽었을 때 ‘내가 죽였다’고 생각하며 또 후회하는 모습을 계속 보이며 나약한 초반부를 보여준다. 그러나 점점 자신이 할 수 있는 대처를 적극적으로 취하면서 영화의 결말을 같이 이끌어 나간다. 전작에 이어 계속 출연한 김희원은 예전보다 더욱 찌질해 보이지만, 소름 끼치는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눈썹 꿈쩍 안하는 악랄한 악역을 다시 맡아 열연했다.


[ 연약하고 우울한 여성으로 그려지지만 순간 순간 기지를 발휘하는 모경, 김민희 ]

비교하면 실망하고, 처음 보면 평범한 영화

글을 다시 보니, 전작과 너무 많은 비교를 하고 있다. 혹시 여러분이 옆집 아저씨를 보지 못하셨거나, 아예 기억이 안 난다면 이 영화는 평범하게 재밌는 영화가 될 수 있겠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관객들은 전작을 보고 이 영화를 기대할 사람들일텐데, 그 사람들을 만족시키기엔 부족한 점이 많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실. 이 영화는 엔딩에서 매듭을 맺어준다. 여전히 잔인하고, 여전히 강렬하게 싸우고, 여전히 악이 패배하는 영화이긴 하지만 엔딩만큼은 여운이 조금 남는다. 에필로그를 보고 나서야 이해되지 않던 두 사람의 동행이 조금 납득이 갔던 것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