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인용하는 힘

『창작과비평』 (이하 창비) 창간 50주년을 기념해, 공부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공부는 학창시절에만 하는 게 아닌, 평생 하는 일이라는 데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계실텐데, 그만큼 많은 분들이 찾아왔다고 합니다. 저도 미리 알았더라면 슬쩍 신청이나 해 봤을텐데,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인지 5명의 연사가 말한 내용을 한 권씩 엮어 ‘공부의 시대’ 라는 책들이 나왔습니다. 각각의 리뷰를 따로 써야 할 만큼 값진 한 마디가 많았던 책인데, 여유가 있을 때 꼭 써보고 싶습니다. 지금은 단순히 책을 읽다가 든 생각을 정리하려고 합니다.

강연을 진행하신 분들 모두 많은 책을 언급하고 있는데, 물론 강연내용은 미리 준비된 상태겠지만 질의응답 시간에 어떤 책을 권하거나 하는 것은 즉각적으로 말하는 것이니까, 저는 이게 굉장히 신기했습니다. ‘과거에 내가 이런 책을 읽었는데, 이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라고 하시는 부분들이요. 또 제 주위에서 책을 많이 읽으시는 분들은, 평소에도 심지어 술을 마실 때도 책 이야기를 곧잘 하십니다. 이야기 하다 보니 생각났는데 그 책 읽어봤냐고 말이죠. 물론 저는 들을 때마다 잘 모르겠다 합니다. 그렇다고 부끄러운 건 없고, 나중에 기회가 되면 서점에서 한번 들춰봐야겠다 하고 스마트폰에 끄적여두는 식입니다. 모르는 걸 부끄러워서 아는 척 하는게 더욱 자연스럽지 못합니다.

이야기가 샜는데, 책에 박식한 사람을 보면 경외감 같은게 생깁니다. 하지만 드라마나 영화의 줄거를 줄줄 외거나 누가 나왔고 어떤 대사를 했는지 기억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저도 영화나 게임 장면은 잘 기억하고 대화에 맞춰 이야기하거나 추천해주는 편입니다. 물론 어디 가서 나 이만큼 안다고 자랑하고 다니진 않습니다만. 그렇죠, 미디어의 범위를 한정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추억과 기록을 언제든지 꺼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왜 젊은이들은 책이 아니게 된 것일까. 미디어가 발전하기 전에 접하기가 쉬운 매체 중 하나는 바로 책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전체 대중매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현대인들이 추억하는 서적의 풀(Pool)은 어쩌면 좁을 수 밖에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매체를 뜯어 볼 줄 아는 능력을 가진 평론가 분들을 제외한) 일반인 중에서 영화를 많이 아는 사람보다는 책을 많이 읽고 이야기하는 사람을 조금 더 높이 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다분히 제 생각이긴 하지만, 이유가 뭘까요. 영화는 보는 것으로 끝나는 행동 같아 보이는데, 책은 보고 상상하고 이해해야 하는 작업이 추가로 들어간다고 생각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많은 종류의 지식활동을 병행한 사람이 조금 더 부지런해 보여서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