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수라 (2016)

정우성, 황정민, 곽도원, 정만식, 주지훈이라는 다섯 남자의 처절한 깽판을 예고했던 김상수 감독의 영화 ‘아수라’ 가 개봉 한 달만에 IPTV에 공급되기 시작했다. 소문난 잔칫상이 생각보다 빨리 스크린에서 내려온 셈인데, 관객들이 어째서 외면했는지 궁금해서라도 월요일 밤에 시청했다. 간단히 말하면 평범한 느와르 장르로, 돈과 권력 / 의리와 정의에서 갈등하다 더 이상 사람이 아닌 상황으로 치닫게 되는 아수라장을 그리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데 백번 이해해주려고 봐도.. 정말 그런 메시지였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영화를 보기 전에, 인터넷에 있는 몇몇 코멘트에 ‘정우성의 연기력 논란’ 을 언급한 부분이 있다. 그가 보여줬던 연기 폭에서 벗어난 연기를 한 것은 맞고, 그래서 일종의 도전적 성격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짧게 말해서, ‘처음 하는 건데 좋게 봐주자’는 마음으로 나는 영화를 봤다. 그래도 봐 주기가 힘들었던 게 문제라면 문제다. 한도경은 사실상의 주인공이므로, 다른 네 남자와의 대화 장면을 굉장히 많이 소화해야 하는 캐릭터이다. 그런데 네 사람의 대사와는 달리 웅얼거리거나 어색한 부분이 굉장히 많다. 캐릭터 특성 상 목소리를 항상 크게만 할 수도 없고 뭔가 속이고 사주하고 빌고 설득하는 성격의 대사다 보니 잘 들리지도 않을 게 뻔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대사 처리에 신경을 더 쏟아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욕… 똥개에서 분한 철구처럼 사투리로 욕을 쓰게 했으면 그나마 나았으려나 싶을 정도로 어색했다.

그런데, 주인공의 연기력이 어쩌고 저쩌고를 논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시나리오가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크다. 다섯 남자가 아니라 주변인들까지 돈과 권력에 이성과 거리가 먼 선택을 하는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것은 이 영화의 주제의식과 일치한다. 그런데, 그렇게 된 이유를 적절하게 가려내지도 못할 거면서 왜 납득할 수 없는 인과관계를 엮는건지 알 수 없다. 한도경의 경우, 더러운 짓을 하고 있는 것을 아내의 아픔 (내지는 아내 자체의 존재)에 기대고 있는데 설득력은 부족하다. 비리 경찰이지만 아내에게만은 따뜻한 남자같은 그런 감성도 없는데, 후반에 가면 마치 그럴 듯해 보여서 이상하다. (물론 그 때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어진 남자의 분노를 표하는 것으로 보는 게 더 타당하다) 검사 김차인 역시, 비주류 출신에 상관의 압박으로 검거에 열을 올리다가 극 후반부에 짐승이 되어버린다. 관객이 그 과정에서 타락에 대한 불쾌감을 느끼는 것 자체가 영화가 바라는 것임은 맞지만, 그냥 어색해서 불쾌하다면 이건 뭔가 잘못된 것이다. 궁지에 몰렸다는 느낌이 적었기 때문으로 보이는데, 그 부분은 아쉽다. 막내형사 문선모의 심리 변화와 한도경에 대한 감정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데, 문선모를 향한 한도경의 감정은 애정인지 배신에 대한 분노인지 알 수가 없다. 아무튼 이런 감정을 선 굵고 단순하게 정리를 했다면 극의 강도와 부합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여담으로 황정민은 ‘달콤한 인생’에서의 백사장과는 전혀 다른 축으로 악인 연기를 하는데, 잠깐 들른 것처럼 분하는 장면도 존재한다. 타의가 아닌 자의로 행동하는 유일한 캐릭터이니만큼, 다섯 명 중 어느정도 설득력이 있는 연기가 가능했을 것으로 본다. 어느 하나 쉬운 건 없다지만. 아무튼, 느와르라는 장르 자체가 관람등급도 있고 일종의 팝콘 무비도 아니기 때문에, 흥행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 봐야 하는 것은 맞다. 그 기대를 낮추고라도, 이 영화가 풀어내는 이야기가 썩 재밌진 않다. 사람이 사람이 아니게 되는 과정으로 꿈도 희망도 없는 결말을 만드려는 의도는 좋았지만, 이 영화는 여기까지였나보다. 개인적으로, 개연성이 없는 영화로는 최근 국내 영화인 ‘표적’ 에 견줄 만하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