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이상적인 순간

햇살이 드리우는 책상 앞에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을 두고, 논문을 집어들어 책갈피 너머의 페이지로 넘겨 보는 나 자신을 상상하는 모습을 그려본 적이 있다. 학창 시절 때는, 집중해서 공부하는 지금 이 순간의 내 모습을 내가 본다면 어떤 기분일지 상상한 적도 있다. 그러면 이내 흐트러지고, 방금 전 몰두하던 이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자신이 그리는 이상을 직접 행하고 있을 때는, 그 상황을 자신이 그려왔던 것인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실제로는 그 장면이 아름답거나 만족하는 순간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장면을 보려고 하는 나 자신이 잠시 사라지는 순간이다. 숙제를 하거나, 일을 하거나, 연습을 하거나, 게임을 하거나, 그 장면 자체는 멋져보일 수 있겠지만 그 속에 있는 정신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수 많은 것들에 신경을 쓴다. 그것들은, 안에 들어있는 것들은 결코 아름답거나 원한 것이 아니다. 물론 이 과정, 이 결과를 상상하는 사람이 돌리는 쳇바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순간을 바라보는 사람은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다.

알아차리게 되더라도, 그 순간의 심적 평화는 깨지기 마련이다. 마치 유체이탈이라도 한 양, 관찰자로 빠져나간 빈 껍데기 같은 정신은 그 순간을 유지할 힘을 잃어버린다.

우리는 사실 뒹굴거리고 싶고, 닥치는 대로 먹고 마시고 싶다. 그러나 우리가 계속 ‘우리의 이상적인 순간’을 그려야 하는 이유는, 객관화라고 착각하지만 사실 사회에서 배워 온 ‘편견’ 속에서 우리를 가두고자 하는 희미한 의지 때문이다. 그 편견의 이미지를 지키는 이유는, 바로 주위 사람들 때문이다. 내 시선이 아닌 다른 시선에 의존한다. 왜? 우리는 언제나 외롭기 때문이다.

외로움을 선택한 사람들이 있다. 햇살도 없는 바로 그 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