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직 면접의 단상

처음에는 경력직을 선호했고, 나도 그랬다.

개발자를 충원하자는 계획에 맞춰, 공고를 등록하고 경력직 이력서를 받으면서 이 정도 커리어면 뭐든지 붙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때의 실패들이 쌓여 이제는 경력직이나 신입이나 동일 선상에 놓고 평가하고 있다.

내가 몸 담고 있는 필드는 국내에서 잘 하지 않는 분야다. 없진 않지만, 사용자 경험과 컴퓨터 구조를 동시에 신경 써야 하는 조직이다. (물론 개발자 1인이 모두 신경 쓰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소위 SI 업체나 프리랜서 개발자들의 면접을 보면 괜히 미안해진다. 면접이 매끄럽지 못해서 미안한게 아니고, 이미 그들의 표정에서 ‘이걸 대체 왜 물어보는 건지’ 싶은 느낌이 표정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나눠보면, 지원자 중 절반은 말 그대로 ‘잘못 왔다’. 그냥 솔루션 개발 쯤으로 알고 왔는데, 열어보니 이건 이상하다 싶었겠지. 나머지 반은 본인 실력을 다 못 보여준다. 왜냐하면 전혀 새로운 분야에서 요구되는 능력들이 자기가 일궈온 것과 좀 다르니까 거부감이 드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그들도 같이 지친다.

어느 대기업 연구원 관리직의 댓글을 봤다. 오히려 박사/포닥 후 입사한 친구들이 너무 협소한 시각으로 보고서를 작성하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자기 분야에서만 논거를 찾아서 주장하거나, 다른 분야 사람이 오펜스라도 할라 치면 ‘당신이 뭘 알아’ 라는 스탠스를 취한 경우를 많이 봤단다. 학교에서는 비즈니스나 의사소통을 가르쳐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차라리 회사에서 신나게 구르던 동일 경력의 친구들이 더 뛰어난 경우를 많이 봐왔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왜 꺼냈을까. 박사과정을 마친 사람들을, 하이 커리어를 쌓으신 많은 경력 개발자를 폄훼하기 위해서인가. 아니다. 그냥, 좋은 능력을 가지신 분들이 보인 부적응 현상들이 안타까워서 그랬다. 이제는 경력과 신입을 동일선상에 놓고 보고 있다. 기술 질문도 차이가 거의 없어졌다. 다만 한 가지, 소통하는 능력이 있는지를 본다. 달리 말하면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있는지 반드시 보고 다음 면접으로 올린다.

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좋아한다. 그래야 이 사람의 대응 방식을 볼 수 있다. 꼬리를 물렸을 때 대개는 따가워한다. 싫은 거다. 그래도 답하고 되물어봐야 한다. 힌트를 달라고 해도 좋다. 시험이 아니라 면접인데, 좀 물어보면 어떤가. 나와 논쟁을 한 지원자도 있었다. 내용이 좀 틀려도 괜찮았다. 둘 모두 기술면접을 통과했다.

비즈니스는, 의사소통은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런데… 경력은 이미 경험한 것들이다. 경력을 뽑는 가장 큰 이유는, 적응력이 신입보다 좋을 거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기술적이건 의사소통 능력이건 간에 말이다. 둘 다 못하면, 지금처럼 동일 선상에 세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최소한  자신이 가진 아집 정도는 벗어주면 좋겠다. 그래야 저런 소리 안 듣고 귀한 평가를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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