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022년) 연말부터 한 일이 있다. 적어도 한 해 읽은 책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자고. 독서의 습관화를 외친 지 3년차가 되어 가지만, 산발적인 독서노트 정리만 가지고는 한 눈에 성과 (?) 를 가늠하기가 어려웠다. 작년에는 독서노트를 쓰는 것과 별개로 노션 (Notion) 에 책에 대한 메타데이터와 커버를 정리해 보았다.
그런데 다 읽은 것만 하려니까 몇 권 없는 것이다! 10권도 안 됐다! 물론 누군가는 10권보다 덜 읽고 살겠지만, 그리고 누군가는 완독에 목을 맬 필요가 없다고 하겠지만, 독서를 많이 하자는 다짐에 비하면 막상 보잘것이 없었다.
그래서 올해는 기준을 대폭 완화해서 목록을 뽑았다. 아무리 적게 읽었어도,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면 목록에 넣자고 말이다. 그리고 일단 읽었다면, 서평단을 했건 베타리딩을 했건 심지어 숙제를 했건 (…) 무조건 넣기로.
거기에 덧붙여서 나름의 추천 마크를 붙여보기로 했다. 기준은 다음과 같이 정했다.
- 다시 읽어도 좋을 책
- 남에게 추천해도 나쁜 소리 듣지 않을 책
- 엄청난 인사이트를 제공한 책
자, 그럼 내가 올해 뒤적거린 책을 한번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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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당장 경제나 돈에 관한 자기계발 관련 도서가 눈에 띄게 많이 보인다. 세어보면, 주식이나 경제 관련 도서만 5권, 경영이나 자기계발서까지 하면 12권이나 된다. 욕심이 그득해 보인다. 굳이 이 많은 책들을 요약하자면,
- 작은 습관의 힘은 너무나도 중요하다
- 인생이나 행동 방향 설정에 대한 통찰을 얻어갈 수 있다 (제각기 다르지만, 요점은 비슷한 것 같다)
심리학, IT 도서가 그 뒤를 잇고, 철학 도서도 눈에 띈다. 작년에 즐겨 봤던 글쓰기 책이나 독서법 책도 눈에 띄는데, 완독하지 못한 책들이 많다. ‘네 번째 원고’ 가 가장 완독하기 힘들었고, ‘거인의 노트’ 는 얼른 읽고 싶다.
뜬금없이 소설 두 권과 위스키 백과사전 한 권이 있다. 동물농장은 줄거리만 알지 읽은 건 처음이었는데, 신선한 충격이었다. 백과사전은 너무 좋았지만, 올해 내가 먹은 위스키 목록 같은걸 올릴 생각은 추호도 없다.
추천 책 소개
이 분야에서 별을 달아둔 것만 소개해 본다. 아마 너무 유명해서 내가 코멘트를 굳이 할 필요 없는 것들도 있을 것이다.
경제/자기계발 도서
- 부의 추월차선: 올해 딱 한권만 꼽으라면, 내 자세를 고쳐 준 이 책을 들고 싶다.
- 세이노의 가르침: 이미 리뷰를 올렸다. 나름 마일드한 버전을 보려면 위에 있는 ‘돈의 속성’ 을 읽어도 좋다. 두 저자의 교훈 중 겹치는 부분이 좀 많다.
- 타이탄의 도구들: 모든 자기계발서의 엑기스를 집대성한 것이라, 한꺼번에 먹을 수가 없다. 하나씩 실천하는게 중요하다. (추천은 안 됐지만, ‘연봉 3억 독서법’ 책을 한 문장으로 줄이면 바로 이것이다. 하나씩 해보기!)
- 자본주의: 어쩌면 경제 문외한을 위한 내용일 수 있지만, 기초 다지기는 늘 중요하다.
- 이 책은 돈 버는 법에 관한 이야기: 고명환 님의 철학이 새삼 존경스럽기도 하고, 내가 추구하던 인생 철학과 맞닿아 있어서 반갑기도 했다.
심리학 도서
베스트셀러에 늘 ‘돈 버는 법’ 과 자기계발이 한 축에 있다면, 올해 베스트셀러의 다른 축은 아마도 자신의 마음을 보듬어줄 심리학 책이 대세였다고 생각한다. 양쪽에서 늘 눈에 띄었던 책이 ‘역행자’ 와 ‘나는 왜 자꾸 내 탓을 할까’ 였는데, 이 책을 올해는 읽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두 권 모두 종이책을 선물받았는데도 말이다. (…) 반골 기질이 있어서 그런지, 철지난 스테디 셀러를 찾는 편이 더 안심이 되기도 했다.
이 분야에서 나는 ‘레몬심리’ 의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가 훨씬 잘 맞았다. 일단 나에게 필요한 기술이었기 때문이고, 책이 쉬워서였다.
IT 도서
일에 필요한 책을 몇 권, 블로그에 필요한 책을 몇 권 읽었다. (아, 블로그 월급보다 많이 벌 욕심은 아직까진 없다. 저 책은 서평단 목적으로 읽었다)
그 중에서 ‘데이터 품질의 비밀’ 은 많은 인사이트를 전달해 줬다. 실제 올해 프로젝트에 활발히 적용했고, 이전 버전에 비해 결과가 좋았다. 5 Pillas 를 팀원과 공유하는 시간도 가졌었는데, 반응이 괜찮았다.
그 외
그 외라고 분류했지만, 나머지 세 권은 결코 추천 이유를 생략할 수 없었다.
- 불안: 작년에 읽은 걸 다시 읽었다. 우리가 불안한 이유, 우리가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창구를 소개한다. 리뷰를 따로 써 뒀는데, 세 번째 읽고 나면 다듬을 수 있을 것 같다.
- 협상의 기술: 어쩌면 자기계발서일 수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기술서에 가깝다. 세이노가 추천한 책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다.
- 작별인사: 올해 책 중 유일한 소설인데, 김영하 작가가 사내 강연을 하러 온다기에 읽기 시작했었다. 살인자의 기억법보다 훨씬 잘 읽히지만, 상황과 대사는 엄청나게 심오하다. 사유하기 좋은 책이다.
이렇게 대충 올해 책을 둘러봤는데, 내년에는 이 목록을 반추해서 내가 뭘 원하는지 유추해 보거나, 아니면 내가 원하는 것에 맞는 책을 고르도록 좀 더 신경써야겠다.
다음 시간에는 좀 더 가볍게, 영화 목록을 들고 오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