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달리기는 ‘테니스’와 ‘술’에 이어 달리기를 다룬 에세이다. 초보 러너인 나조차도 읽는 내내 가슴이 몽글몽글해졌다. 이미 아침 러닝을 마친 날이었는데도, 책장을 덮고 나니 또 한 번 뛰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이템보다 몸, 몸보다 마음
러닝을 시작한 계기는 단순했다. 신발만 갖추면 되는 운동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장비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 보였고, 그 점이 내 마음을 편하게 했다. 물론 러닝화와 옷, 스마트워치 같은 것에 관심을 두기 시작하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그럼에도 기본은 몸 하나라는 감각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혼자 달릴 수 있지만, 함께하면 더 좋은
러닝의 또 다른 매력은 혼자서도 충분하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구기 종목은 상대와 팀이 필요하다. 반면 러닝은 출발선에 나 혼자 서도 시작할 수 있다. 이어폰을 끼고, 생각을 정리하며,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함께 달리는 의미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책에서도 이 균형을 섬세하게 짚는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처럼. 혼자서도 가능하지만, 결국 오래 달리기 위해서는 누군가와 리듬을 맞추는 경험도 필요하다.
나의 페이스로 돌아오는 일
예전에는 반짝이는 사람들을 동경했다. 그때마다 마이 페이스를 저버리고 동경하는 타인의 속도로 뛰어들었다. 하지만 삶의 기준을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로 옮기자 거대한 간극과 마주했고, 늘 그 괴리 속에서 헐떡였다. 그렇게 다시 나의 페이스로 돌아왔다. 이제는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려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조금 더 마음이 간다.
러닝이자 삶에 대한 짧은 통찰이 느껴진다.
기록이 빠른 사람을 보면 괜히 조급해지고, 더 많은 것을 해내는 사람을 보면 방향을 바꾸고 싶어진다. 그러나 타인의 속도를 기준으로 삼는 순간, 나의 호흡은 어긋난다. 나의 숨이 가빠지지 않을 정도의 속도, 다음 날 다시 달릴 수 있는 속도를 찾는 일이 바로 러닝일 테다. 나 역시 그 문장을 읽으며, 다시 한 번 내 인생의 호흡을 점검하게 되었다.
파리에서의 무(모)한 도전
작가의 파리 풀코스 마라톤 도전기는 특히 인상 깊다. 도착 첫날,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말하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그러나 레이스를 마치자마자 기절하듯 쓰러지고, 새벽을 맞으며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웃음이 났다.
그 간극이 어쩌면 러닝의 본질 같기도 했다. 설렘과 고통, 환희와 후회가 한 코스 안에 공존한다. 그래서 러닝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감정의 롤러코스터에 가까운게 아닐까?
다른 ‘아무튼’ 시리즈도 그렇겠지만, 이 책은 관심사와 맞닿아 있을 때 더 크게 울린다. 러닝이라는 키워드가 내 일상에 이미 자리 잡고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그럼에도 이 책은 단순한 공감에서 멈추지 않는다. 책장을 덮고 나면, 다시 한 번 밖으로 나가 달리고 싶어진다.
10km 대회 한 번으로는 아직 러너라 부르기 어렵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러닝을 계속 떠올리고, 다시 뛰고 싶어 한다면 이미 충분한 러너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러닝은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다시 신발 끈을 묶게 만드는 힘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