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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샤크

사기도박판 속에서 피어나는 협잡과 음모

18세기 프랑스의 어느 여관. 주인의 양아들로 지내는 주인공은 벙어리였다. 어느 날 한 백작이 그를 불러 손기술이 좋으니 같이 일해서 큰 돈을 벌어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공교롭게도 그날 그들의 손기술은 탄로나고 테이블 건너편에 있던 장군이 홧김에 쏜 총알은 여관 주인을 향했다. 주인공은 도망자 신세가 되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백작과 함께 전국투어를 했다. 프랑스판 고니와 평경장 스토리인가 싶지만, ‘서양 타짜’ 라는 별명을 가진 인디 게임 카드 샤크의 초반부 내용이다.

타짜가 되어 보자

주인공의 초반 트릭, 훔쳐보기 (…)

주인공의 초반 트릭, 훔쳐보기 (…)

영화 ‘타짜’ 와 다른 점은, 내가 직접 손기술을 구사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셔플, 딜링, 스택 더블링, 표시목 새기기, 훔쳐보기, 카드 소매넣기 등 참신한 기법을 체험해 볼 수 있다는 데 이 게임은 큰 의의가 있다.

그래서 이 게임은 ‘나쁜 내 머리를 용서해라’ 같은 댓글이 수두룩 달린다. 백작이 알려주는 기본 규칙을 잘 듣고 셔플에 인조깅/아웃조깅이나 카드 끼워넣기를 언제 할지 플레이어가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딜링할 때도, 밑장을 뺄지 다음장을 뺄지 그냥 줄지 판단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모든 손패를 외우라는 일은 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높은 패 (AKQJ) 를 빼돌리거나, 문양이 가장 많은 카드 개수와 그 문양을 외우는 정도면 충분하다.

특정 기법은 QTE 범벅이라 호불호가 있을 수는 있지만, 대부분은 커맨드 입력에 집중하기만 하면 된다. 그렇다고 ‘아수라발발타’ 를 외쳐가며 느긋하게 했다간 의심 게이지가 계속 차오르는 걸 봐야 한다. 계산이 끝났다면 신속하게 움직여야 한다.

스토리

늘상 쫒기고 붙잡히고 죽을 뻔 하고, 이것이 타짜의 인생

늘상 쫒기고 붙잡히고 죽을 뻔 하고, 이것이 타짜의 인생

게임은 실제 18세기 프랑스 시대상과 실존 인물을 섞어 진짜 이야기인 것 처럼 풀어낸다. 실존 인물만 넷이나 나오는데, 그 중 ‘평경장’ 역할에는 프랑스 최후의 연금술사이자 불로불사라고 소문난 ‘생 제르맹 백작’ 이 나온다. 루이 15세도 사건의 중심 인물로 등장하며, 초반에는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와 수학자 달랑베르가 조연으로 등장한다.

대강의 스토리 전개는 이렇다. 루이 15세에겐 ‘열두 병의 우유’ 라고 불리는 치부에 가까운 사건이 있었는데, 생 제르맹 백작이 왕정을 실각시키기 위해 사기도박을 다니면서 그 정보를 수집하러 다니는 것이다. 그 비밀이 한꺼풀 벗겨질 때 마다 둘에게는 몇 번의 위기가 찾아온다.

즉, 트럼프 카드로 도박하는 것은 게임의 내러티브를 풀기 위한 일종의 수단인 셈이다. 그럼에도 수단과 스토리 사이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모두 ‘비밀’ 에 엮여 있다는 것이다. 비밀을 만든 사람과 의심하는 사람의 대립이 발생한다. 작은 테이블 위에서 시작해, 프랑스 왕가 전체로.

짧은 플레이타임, 기대만큼은 하는 재미

인디 게임인 만큼, 게임 볼륨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딱 그만큼의 볼륨을 자랑한다. 28종의 카드 트릭을 다 배우면 실질적으로 1회차를 마무리할 수 있다. 멀티 엔딩이 있긴 하지만 마지막 분기만 엔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리플레이성이 그만큼 떨어진다. 2회차부터는 설명을 건너뛸 순 있지만 어쨌건 털어먹는 과정을 다 밟아야 하기 때문에 굳이 2회차를 돌릴 이유가 없는 셈.

스토리와 관련없이, 트릭만 계속 사용할 수도 있는 일종의 무한 맵 역시 존재한다. 그래서 트릭에 재미를 많이 느끼는 플레이어라면 여기만 들락날락 해도 될 성 싶다. 물론 트릭을 내 맘대로 선택할 수 없고 무작위로 주어지는 3개 중 1개를 골라 플레이하는 식이라서, 조금 아쉬울 수도 있지만 시스템 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본다.


마무리하면, 앞서 말한 대로 카드 트릭을 직접 수행해 보는 맛은 일품이다. 반면, 트릭 개수가 28개라고는 하지만 몇가지 기본 트릭의 조합 개수에 지나지 않는다. 이 점은 허위광고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조합을 상황에 맞춰 쓰는 센스도 함께 느껴볼 수 있다고 본다.

곁다리로, 한글화가 안 되다가 최근에 된 건지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하긴 했다. 하지만 트릭을 설명하는 생 제르맹 백작의 지문을 아무리 읽어봐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몇 군데 보였다. 그럴 땐 그냥 반복 연습과 독자 연구 (…) 를 통해 내가 규칙을 찾는 수 밖에 없었다. 이 부분은 아주 살짝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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