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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든 링, 10시간 리뷰

메타크리틱과 오픈크리틱에서 GOTY 급 평점을 받은 그 게임, 그 때문인지 모든 스트리머와 게이머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아 수 많은 이슈를 한 몸에 받아내고 있는 ‘프롬 소프트웨어’ 의 2022년 신작 ‘엘든 링’ 을 10시간 가량 해 보고 난 소감을 적어본다.

10시간 가량 했지만, 이제 겨우 멀기트를 잡았다. 새로운 지역을 싸돌아 다니면서 맵 아이템만 줍줍하고 보이는 축복들만 밝혔더니 스톰빌 전은 거진 다 밝혔다. (보스 잡은게 몇 없어서 그렇지…)

스카이림 + 블러드본

인생 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면, ‘엘더 스크롤 5: 스카이림’ 과 ‘블러드본’ 은 항상 나에게 두 손가락 안에 드는 게임으로 꼽힌다. 이 두 개를 합친 듯하다. 혹자는 ‘젤다:야생의 숨결’ 의 오픈월드가 느껴진다고도 하고, ‘베르세르크’ 에서 모티브를 따온 만큼 그 느낌이 잘 살아있다고도 하던데… 둘 다 접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그보다는, 북유럽 풍의 디자인을 공유하면서 오픈월드였던 스카이림이 개인적으로 먼저 떠올랐다.

블러드본은 좀 늦게 시작했는데, PS4 구입 자체가 늦어서 발매된지 2년 좀 안되어서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도 나는 잠을 줄여가면서 필드와 보스를 하나씩 넘겼다. (출근은 해야 하니까) 신혼 초에 그 때는 아이도 없어서 가능했던 것 같다.

갑자기 블러드본 한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그 때의 느낌을 엘든 링에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두 아이가 있어 육아도 신경써야 하고 집안일의 양도 월등히 많고 해야 할 다른 일들이 많은데도 말이다. 다크소울 3나 세키로는 정해진 시간에 하고 종료 버튼을 누르기가 수월했는데, 왜 그럴까…

임의로 생성할 수 있는 성배 던전은, 블러드본 고유의 특징이다.

임의로 생성할 수 있는 성배 던전은, 블러드본 고유의 특징이다.

블러드본은 회차를 넘기고 나면 할 수 있는 일이 좀 더 많은데, 바로 성배던전으로 파밍하는 것이다. 물론 초회차 유저에게는, 이렇게 무수히 많은 비석이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나도 그랬으니까. 이것이 다크 소울과 세키로와 다른 점인데, 아무리 화톳불/불상을 넘나들며 스토리를 진행한다 하더라도 일종의 선형적 구조를 지닐 수 밖에 없는 점보다는, 사이드 퀘스트인 성배 던전으로 추가 업그레이드와 모험을 할 수 있는 선택지를 넓혔다는 것이다.

엘든 링이 딱 이런 식인데, 더 이상 스토리 진행이 안 되겠거든 ‘강해져서 돌아와라’ 식의 진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다 새로운 이벤트를 마주하기도 하고, 또 다른 보스를 만나기도 하고, 탐험을 진행하다가 돌아와서 다시 말을 걸면 전혀 다른 정보를 주기도 하고, 아이템을 줍고 만들고 모험을 계속 하는 것이다.

하나 더 곁들이자면, 엘든 링 지하 던전 중에 ‘시프라 강’ 이란 곳이 있다. 여기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가면 첫 인상은 마치 스카이림의 ‘블랙 리치’ 에 다다른 듯한 인상을 준다.

왼쪽이 시프라 강, 오른쪽이 블랙 리치. 그야말로 지하의 몽환세계…

왼쪽이 시프라 강, 오른쪽이 블랙 리치. 그야말로 지하의 몽환세계…

지적되는 단점들에 대해서

이렇게 흡인력이 강하지만 최초 스팀 평가는 ‘복합적’ 이었다. 기대에 대비해 실망한 사용자가 많았다는 것이다. 물론 PC 판에서 특히 심한 ‘스터터링’ 문제는 무조건 고쳐야 하는 문제이고 백번 까여야 한다. (다행히 나는 보스전에서 그런 문제를 마주하지 않아서 덜 화나긴 하지만)

그런데 그 외의 논란거리에 대해선 ‘글쎄’ 다. 너무 큰 관심을 한 몸에 받아서 그런지, 엄청나게 높은 평론가 평점과 별개로 퍼포먼스 부분에서 심각하게 까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그래픽이 다른 AAA 게임에 비해 낮다는 것은, 마치 ‘포켓몬스터 : 아르세우스’ 와 ‘야숨’ 의 필드 배경을 비교하는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내부 사정이야 잘 모르겠지만, 알음알음 공개된 개발사 규모를 생각해 보면, 제한된 자원으로 선택과 집중을 했다고 너그러이 봐줄 수도 있지 않을까.

물론 이런 건 있겠지. 소위 ‘망자들’ 로 지칭되는 다크소울 시리즈를 즐겨하는 게이머 풀의 외연 확장을 위해, ‘엘든 링은 좀 더 쉬울거가, 오픈월드 같은 느낌으로다가 발매합니다’ 라고 홍보를 했으니 말이다. 마치 메타크리틱에서 붙이는 MUST PLAY 딱지를 꼭 받고, 너도 나도 이 게임을 안 사고는 못 배기는 킬러 타이틀로 부상시키려는 노력이 없었다고는 말 못하겠다. 그래서 일반 게이머들이 보니까 ‘뭐야, 이거 평점은 그렇게 높더니 버그도 있고 그래픽도 별로고 게임은 어렵고 불친절하고…’ 가 되는 것일 수도?

이게 붙으면, 너도나도 찍먹하게 되는데 문제는…

이게 붙으면, 너도나도 찍먹하게 되는데 문제는…

문제는, 아직도 이 게임은 다크소울 시리즈를 즐겨하는 게이머만 좋아할 법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실제 홍보와 게임 진행은 좀 다른 양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이게 정말 문제일까? 몬스터 헌터가 일반 게이머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임이 아니듯이, 다크소울 시리즈 역시 그렇다고 생각한다. 그런 테이스트 강한 게임을 하나 더 출시했는데, 좀 더 다양한 선택지를 줘서 게이머가 도전할 수 있는 옵션을 많이 제공해 준 것만으로도 게임 자체는 일신했다고 생각한다. 평론가들은 아마 (게임을 많이 하다보니) 대부분 ‘망자’ 일 가능성이 크고, 거기에 비춰서 ‘그래픽이 후져도 졸잼이네요’ 하고 평점을 높게 주진 않았을지.

그런데 정말 스터터링은 문제다. 주변에서 들어보니 1060에서도 발생하고 3080ti 에서도 발생하는데 이게 대체 뭐람?

마치며

결론은 예약 구매는 하면 안 된다 (…) 취향에 맞는지는 출시 직후 실황이나 클립을 통해서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다. 정 찍먹을 하고 싶다면, 스팀에서 구매한 다음 한 시간만 빡세게 돌리고 아니다 싶으면 환불을 하는 방법이 있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이다.

다크소울 시리즈를 (잘 못해도) 좋아한다면, 이 게임은 최적의 선택이 될 것이다. 나름대로 친절하고 돌아다닐 구석이 너무 많고, 의외의 발견에 희열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니.

시리즈 전문 공략 유튜버/방송인 ‘이클리피아’ 님의 첫날 실황 방송을 아주 잠깐 봤는데, 그 때 들었던 이 게임의 평이 다음과 같았다. 딱 열시간 하면서 이 평론이 뇌리에서 떠나질 않아서 붙여둔다.

이거, 다크소울 올스타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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