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도 비슷한 느낌을 받아서 기록을 하나 남긴다.
다른 사람들은 (특히 팀장이나 선임은) 당신이 하는 모든 일의 디테일을 알지 못한다. 큰 흐름만 알지. 해결할 문제가 무엇이고, 예상되는 결과가 무엇인지 정도? 심지어는 기억해야 할 의무도 없다.
그러니 일 이야기를 할 때는 ‘적절히’ 요약하거나 ‘자세히’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업무 대화를 나눌 때는 친절할 필요가 있다.
회의 할 때
회의에서 친절을 베푸는 방법은, 참가자들의 시간은 매우 소중하기 때문에 그 어느 시간보다도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미리 준비해야 한다. 회의에 들어가서 내가 말해야 할 것은? 말하고 싶은 것은?
회의를 들어가 보면, 정말 자기가 한 일을 미주알고주알 다 이야기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이 시간을 잡아 먹고, 정작 중요한 안건을 처리하지 못하고 회의가 끝나버린다. 무엇이 핵심인지 알수 없게 떠들기만 하면, 듣는 데도 시간이 걸릴 뿐더러 그 문맥을 이해하는데도 시간이 걸린다.
이런 케이스도 있다. 이번에는 생략이 너무 된 케이스다. 완전히 기술적인 파트만 이야기를 해서 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게 하는 케이스다.
이번 주에는 A 를 B 로 바꿨어요. 또는 이번주에 C 를 도입해 봤더니 괜찮더라고요.
왜 바꿨지? 뭐가 괜찮다는 거야? 구현 단계에서 ‘어떻게’ 를 회의에서 이야기할 때는, 문제가 발생해서 의사결정이 필요할 때 뿐이다. ‘무엇을’ 해결했는지가 중요하다. 문제를 해결한 방법은 관련된 사람들끼리 소규모로 구성된 리뷰 라운드에서 하면 된다.
문제에 직면했을 때를 보자. 자신이 찾아낸 옵션을 소개하는 게 아니라, 해결 자체를 회의시간 안에 해달라는 사람들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몇 가지 옵션이 있는데, 이건 뭐가 좋고 저건 뭐가 좋아요.’
라고 하면 옵션에 대해 논의하거나, 옵션을 고르고 치울 수 있다. 그런데
‘문제가 있는데 어떡하죠?’ 라고 말한다면?
다들 생각에 잠겨 시간을 잡아먹는다. 이런 문제는 회의가 아니라, 메일을 보내거나 메신저로 도와달라 말했어야 한다. 정말 회의 시간에 논의를 할 거라면, 최소 하루 전에 회의록에 안건을 올려 놨어야 하고.
그래서 회의 전에는 준비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회의 때 뭘 말하고 싶은지, 말할 것이 많다면 메신저나 메일로 안건을 돌릴 수 있는 장기적이고 어려운 것들이 있는지 골라내는 작업 말이다. 그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말할 순서도 잡히고, 놓치는 것도 없고, 시간 분배도 할 수 있다. 골라내기만 하면 된다.
그냥 알람 시간에 이끌려 회의실에 들어오는 사람은, 수다만 떨다 간다. 진전이 없다.
요청할 때
도와달라는 말이 나왔으니, 아예 요청할 때를 알아보자.
내가 하고 있는 일의 모든 세부사항을 상대방이 이해하고 있다고 가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서 저렇게 했더니 안 되네요. 여기와 저기는 뭐더라? 전에 말씀드렸는데요.
개인적으로 ‘전에 말했잖아’ 라는 말을 싫어한다. 기억하고 있다는 보장이 없는데. 차라리 도움을 받고자 한다면 최소한의 배경지식을 반복해서라도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이런 식의 요청은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질문하는 사람은 전혀 모르겠지만.
타블로가 그랬다. 본능적인 배려가 사실 언어를 잘하는 거거든. 배경 지식이 적은 사람에게는 쉽게, 잘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에게는 빨리 정보를 전달하는 것. 상대방의 수준을 빠르게 캐치해야 한다.
상대방이 어떤 수준인지 가늠이 안 된다면? 무조건 자세히 적을 수 있어야 한다. 자세히 풀어내기 어렵다면, 문제 자체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팀원이건 아니건 간에 최대한 자세히 써서 질문하려고 노력한다.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작업이지만, 내가 한 질문을 보면서 나 자신이 뭘 모르고 있는지 자문할 수 있게 되더라.
덧붙여서, 몇 번이고 소통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해선 안 될 것이다. 핑퐁이 오가면서 핵심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믿어야 한다. 상대방이 악의적으로 공을 일부러 테이블 밖으로 날려버린다? 다시 줏어서 꿋꿋이 쳐야 한다. 이 사람을 위해서 내 자존심을 굽혀주는게 아니라, 업무 소통을 연습하는 소중한 기회라고 최면을 걸고 임하는 수밖에.
친절하게만 하자
다른 책에서 흔히들 말하는 내용들이 되었다. 그리고 역시 쉽지 않다.
그런데 최소한 상대방을 ‘친절히’ 대하려 노력한다면, 위에서 말한 것들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거라 믿는다. 저 사람은 나보다 돈을 더 받으니 (혹은 경력이 더 많으니) 분명히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해 같은 접근 말고… 순수히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하면, 내가 배려해 준 만큼 남도 나를 배려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