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목이 나에겐 조금 자극적이었는데, 마치 이렇게 지내는 내가 나의 부모님 때문이라는 일종의 책임전가 같은 느낌이 들어서였다. 물론 실제 내용은 그렇진 않고 무던하면서도 세세하게 양육법에 대한 상담 내용이나 저자의 생각을 공유한다.
당장 생각나는 것은 이 정도이다.
- (전부는 아니지만) 대개 양육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은, 내가 자라면서 겪은 부분이 반영된 것이다. 그 부분이 나의 부모님의 잘못일 수도 있고, 환경적인 문제일 수도 있고, 시대 또는 집안에서 요구한 (혹은 묵인한) 양육법의 문제일 수도 있다.
-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고, 상대방에게 (의도했건 의도치 않았건 간에) 상처를 줄 수 있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니, 과거를 후회하며 좌절하면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상처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상처를 치유할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다. 치유는 당장 될 수도,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그 노력 자체다.
- 아이는 감정의 동물이다. 성인은 이성적으로 감정을 제한할 능력이 어느 정도 있어도, 아이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이해를 구하거나 동일한 사고로 문제를 판단하면 안 된다.
- 부모는 아이의 감정을 받아줄 그릇이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당연히 모든 감정을 받아줄 수는 없겠지만, 그렇게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 아이가 불안해하지 않는다.
- 부모 역시 부모의 감정을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반드시 필요하다. 배우자가 되면 가장 좋고, 여건이 안 된다면 보모나 양육자의 부모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상대방을 감정 쓰레기통으로 만들면 안 된다는 점이다. 서로 감정을 쪼개 환원할 수 있는 관계를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
- 아이에게 놀이나 배움의 선택지를 제한하는 방법은 좋다. 선택지가 많아지면 더욱 산만해진다.
- 갓난 아이를 울리면서까지 방치하는, 그러다 이내 잠들게 만드는 소위 ‘수면 교육’ 은 반대한다. 아이는 그 동안 느꼈던 외롭고 두려운 감정을 체념해 버리기 때문에 대개 자라면서 문제가 불거지게 된다. 정 하고 싶다면 대신 ‘수면 유도’ 를 추천한다.
- 아이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최대한 들어주자. 집안일을 해야 하는데 놀아달라고 하면, 정말 급한 게 아닌 이상 놀아주자. 아이가 부모와 같이 잠들고 싶다면 잠을 자도록 하자.
- 아이가 이상한 집착을 할 때가 있는데, 그 집착은 평생 가지 않는다. 그런 버릇을 일부러 고치려 들지 말고, 아이가 불안하지 않은 상태로 유지해주는 게 중요하다. (실제로 공감이 많이 가는 내용이었다)
저자가 여성이라 임신 과정에서 느낀 심경의 변화를 잘 묘사한 부분도 있는데, 임산부를 도와주는 남편 입장에서 참고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허투루 봐선 안 된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가족계획상 더 이상 참고할 일은 없지만, 그 때 그랬지 하기도 하고, 어루만져주지 못한 감정에 대해선 반성도 할 수 있었다.
아이는 감정을 언어화할 능력이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왜 그랬니’ 나 ‘무슨 생각으로 그랬니’ 같은 주관식에 답을 하지 못한다. (대개 딴청을 피운다) 그래서 양육하는 사람이 너는 이런 감정일지도 모른다고 언어로 묘사해 줘야 한다. 그래야 아이가 이 감정과 그 문장을 일치시켜서 배우게 되는 것이다. 울거나 떼 쓰는 감정을 명확히 해 주면, 아이가 이해하고 악용하거나 해서 상황이 악화되진 않을까 생각할 순 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다 한 때인 데다가 오히려 감정을 이해하면 최소한 울거나 떼를 쓰지는 않는다.
그리고 아이는 미래를 염두에 두는 능력 또한 부족하기 때문에, 무작정 혼을 내거나 ‘이렇게 되면 이렇게 할거야’ 같은 협박에 무신경하다. 부모의 목소리와 기분만 상할 뿐이다. 따라서 현재의 감정 상태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어루만져주는 게 훨씬 낫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