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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lonists

귀여운 로봇 친구들의 식민지 건설기

세틀러와 아노

부록 때문에 게임 잡지를 사 모으던 어린 시절, PC G@M 이라는 곳에서 세틀러3 라는 게임을 줬었다. 1편도 모르고 2편도 모르지만, 아기자기한 마을 주민들이 모여 집도 짓고 밥도 짓고 타워도 지었다. 자원을 캐내서 무기도 만들고 병사도 모았다. 운동장 돌멩이가 아니라 진짜로 컴퓨터와 땅따먹기를 했다. 남의 건물을 철거하면 빈 땅이 됐고, 거기에 내가 알박기를 하면 내 땅이 됐다. 영토 행사는 이렇게 하는 거라고 확실히 (?) 배울 수 있었고, 금새 나는 이런 ‘땅따먹기류’ 건설경영 시뮬레이션에 빠져들게 되었다.

당시로서는 너무나 아기자기했던 세틀러3

당시로서는 너무나 아기자기했던 세틀러3

세월이 흘러, 아노 (Anno) 시리즈가 그 향수를 조금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이 게임은 기초 재료를 모아 생산 파이프라인을 만든다는 부분만 좋았다. 파이프라인만 할 거라면 팩토리오를 해도 될 것 같았고, 세틀러의 주민들, 배가 나와 뒤뚱거리지만 할 건 다 하는 사람들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아노는 사놓고 진득히 하질 못했다. 어려워서 그랬을지도 모르지

식민지를 개척하는 로봇 이야기

더 콜로니스트 (The Colonists) 를 보면서, 다시 세틀러를 만난 느낌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게임 튜토리얼을 시작하면, 앞선 두 게임에서 영감을 받은 게임이라는 설명을 대놓고 한다. 배 나온 주민은 아니고 귀여운 복제 로봇들이지만, 뒤뚱거리지 않고 시킨 일을 잘 해 낸다. 다른 우주선에서 내린 복제 로봇 (컴퓨터) 과 싸우고, 땅따먹기도 할 수 있다. 그런데 하다 보니, 생산 파이프라인을 정교하게 가져가서 효율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필요했다. 이건 또 아노가 아닌가?

주어진 맵에서, 특정 조건을 달성하거나 지도 상에 존재하는 모든 적을 물리치는 등의 목표를 완수하면 되는 게임이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초반 자원을 캐고 건물을 더 짓고, 더욱 발전된 테크를 타기 위해 건물 배치와 도로 배치를 고민하는 게임이다.

결국 생산, 생산

게임은 연구라는 개념을 통해서 아래와 같은 테크 트리를 강제하게 된다.

  1. 맵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더 높은 수준의 연구가 필요하다.
  2. 연구소를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 고급 자원 + 일정한 에너지 등급이 필요하다.
  3. 고급 자원을 생산하기 위해, 추가 생산 건물 + 일정한 에너지 등급이 필요하다.
  4. 일정한 등급의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식량자원이 필요하다.
  5. 식량자원을 생산하기 위해, 추가 생산 건물 + 땅이 필요하다. (부동산은 늘 중요하다)
  6. 생산 건물을 지을 수 있게, 연구가 필요하다… 로 반복한다.
차근차근 연구를 통해 발전해야 한다

차근차근 연구를 통해 발전해야 한다

처음에 게임을 시작하면, 우주선이 지도에 착륙한다. 우주선은 나무와 1단계 에너지를 소량 생산한다. 1단계 에너지는 1단계 에너지는 물과 음식 (양고기 또는 야채) 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 이 에너지로 일단 벌목꾼 오두막에 사는 벌목꾼 로봇을 돌릴 수 있다. 거기서부터 게임은 시작된다.

건물 사이에 있는 도로를 만드는데는 비용이 들지 않는다. 도로 포스트에는 드나드는 자원을 통제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건물 사이에도 마찬가지로, 특정 건물에서 나온 자원만 받도록 할 것인지, 어느 건물에만 생산된 자원을 보낼 수 있는지도 조정이 가능하다.

복잡한 수출입 규칙이니 포스트 규칙이니, 이런 거 안 해도 ‘보이지 않는 손’ 으로 인해 게임이 잘 굴러 갈 것 같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생산 효율이 50% 쯤 나올 때 쯤, 도로에서 배달되는 자원을 아무거나 눌러보면 경악할 테니까. 채소 바구니 하나가 동남아 순회공연을 한다고!

다양한 게임 모드

우선 튜토리얼 성격의 스토리 모드가 잘 되어 있다. 후반 미션은 많이 어렵겠지만, 그래도 게임 시스템에 익숙해졌다면 시간을 잘 투자하고 계획을 잘 세운다면 결국 모든 미션을 클리어 할 수 있을 것이다.

랜덤 맵 역시 ‘샌드박스’ 라는 메뉴로 지원한다. 그리고 다른 플레이어들의 정신나간 맵들도 창작마당을 통해 플레이 할 수 있다. 또한, 매 월마다 특정 맵에서 특정 목표를 향해 플레이 해 볼 수 있는 프론티어 미션이 존재한다. 미션 성공 시간이 가장 짧은 순서대로 랭킹을 볼 수 있다. 1등 기록을 보면 핵을 쓴 거 같다

매 월마다 갱신되는 프론티어 미션

매 월마다 갱신되는 프론티어 미션

다소 아쉬운 적군 AI

세틀러 시리즈는 솔직히 AI 가 어땠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재밌었다는 기억 뿐이었다. 하지만 머리가 굵어져서 그런건지, 콜로니스트의 적대 AI 는 많이 무성의했다.

우선 AI 들이 나름 공격적으로 확장을 시도하긴 하지만, 플레이어가 작정하고 벌목한 다음 감시탑을 통해 무한 확장하게 되면 거기서 1단계 영토는 고정된다. 상대 감시탑을 공격하려면 2단계 연구를 시작하면서 화살 감시탑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1단계에서 영토를 쪼그라들게 만들면, 한정된 지역에서 발전하기가 쉽지 않기 떄문이다.

좀 더 주요 자원 위주로 공격적인 감시탑 러시를 강제해야, 플레이어가 압박을 크게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이를테면, 맵에 돌 광산이 1개 뿐이면 여기를 먹어야 이길 수 있기 때문에, 무조건 내달려야 한다. 그런데 적군은 그런거 없고 그냥 빈 땅만 확장한다.

물론 이 게임은 제한된 환경에서 효율적인 생산을 추구하는 것이 목표인 1인용 빌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컴퓨터와의 대전이 주된 요소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도 엄연히 게임 요소인 만큼, 좀 더 신경 써 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든다.


여담인데, 재밌게 하다 보니 한국어 번역이 거슬렸다. 존댓말과 반말이 섞여있고, 명명법에 통일성이 없었다. 게임 안에 있는 디스코드 버튼을 눌러, 개발자에게 DM 을 보냈다. 번역한 사람 어딨냐고.

개발자가 답하기를, 우리는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람에 한해 언어 번역을 진행하고 있고, 한국어 담당자는 한 번 하고는 가버렸다고 한다. 내가 전부 다 갈아엎고 다시 해도 되냐고 했더니, 게임 카피를 하나 주면서 땡큐라고 했다. 그 인연(?) 으로 지금까지 한국어 번역을 담당하고 있다. 번역이 이상하다면, 디스코드에 오셔서 같이 도와주세요!

예, 접니다..

예, 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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