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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현의 글쓰기 랩

디스 아닙니다, 피드백입니다.

정지우 작가의 글쓰기 에세이인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를 읽었다. 아니 정확히는 읽다가 포기했다. 노파심에 이야기하지만, 매일 글을 펴내는 작가의 페이스북을 팔로우해서 매일 글을 읽을 정도로 그의 글이 싫은 게 아니다.

초반부에 추천하는 이 책 때문이었다. 김봉현의 글쓰기 랩.

마지막 글자에 눈길이 갔다.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코칭해줄 것 만 같은 기대가 들었다. 그가 힙합 관련 책까지 몇 권이나 써 낸 힙합저널리스트이자 음악 평론가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나니, 책 제목이 더욱 그럴싸 해 보였다. 하지만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Rap 이 아닌 Lab 이라는 것을, 합평회라는 이름의 글쓰기 연구소 이야기임을 알려 둔다.

Verse 1

이 책의 앞 부분은 합평회를 하면서, 또는 작가 개인이 가지고 있는 글쓰기에 대한 생각이 담겨있다. 그러면서 자신의 글도 스리슬쩍 끼웠고, 다른 작가의 좋은 글도 선례로 끼웠다. 와이프와 함께 김소연 시인의 산문집 ‘사랑에는 사랑이 없다’ 의 글귀를 두 번씩이나 돌려 봤다. 또 다른 책으로 새끼를 쳐 주신 것이다. 작가 두 분, 아니 세 분에게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앞 부분에서 크게 와닿았던 것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글이 공감 뿐만 아니라 영감을 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여기에는 ‘좋은 글’ 이라는 기준이 작용하는 것이고 ‘상업적인 글’ 이라는 기준에는 조금 갸우뚱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빠르게 소비하는 시대에 얕은 공감만 불러일으켜도 많은 조회수를 얻는 그런 글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분명 좋은 글을 쓰고자 하는 열망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었다. 분명 기우일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자기만의 스타일을 발견하고 또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타일에는 정답이 없으니까. 스타일을 잘 읽히게 만드는 노력과는 별개로 말이다. 다른 이야기일 순 있는데, -인 것 같다 라거나 -라고 생각한다 고 붙이는 게 깔끔치 못할 순 있어도 글의 흐름이 자연스럽고 개성있는 스타일이 유지된다면 못 쓸게 있냐는 것이다.

그가 글을 쓸 때 전개하는 과정, 글감을 모으고 확장하고 자료를 찾고 재배치하고 뼈대를 만들어 살을 더 붙이는 과정을 읽는 것은 몹시 흥미로웠다. 퇴고할 때는 문장의 리듬감, 문단의 첫/마지막 문장만 남겨 글의 흐름이 깨지진 않는지 체크한다는 부분이 나에겐 주요 체크였다. 힙합을 잘 모르지만, 펀치라인의 타이밍과 플로우가 기본이듯이?

Verse 2

책의 뒷 부분은 합평회의 호스트로서 많은 사람들의 글을 보고 피드백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실제 피드백 대상이 되었던 글과 피드백 자체를 고스란히 실었는데, 마치 현장에 있는 느낌이 들었다. **내 글도 아닌데, 내가 혼나는 느낌. **

특히, 어떤 글은 만연체로 특징 없이 주절주절 적어 뒀는데 정말 내 글과 닮아 있었다. 그러니 신랄한 피드백이 뒤따라올 수 밖에. 쓸 때는 몰랐거나 모른 체 했을 부분들이 독자가 되면 여실히 드러나는 거였다.

작가의 피드백을 모아 보면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곳에서 ‘노력하지 않은 글’ 에 대한 지적이 눈에 띈다. 글쓴이는 실력은 좋은데 노력을 안 해서 글이 엉성하다, 시작은 좋은데 끝이 흐지부지 됐다, 강렬한 주제로 시작했는데 거기까지인 것 같다 등등. 좀 더 신경썼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묻어나는 코멘트였다. 결국 글쓰기는 엉덩이 싸움인 것이다. (물론 재능도 있어야겠지만)

와이프가 읽기 전에, 내가 일부러 소제목을 포스트잇으로 다 가려서 줬었다. 나는 제목을 보고 읽기 시작해서 선입견이 생기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에 시도해 본 것이었다. 신기하게도, 와이프가 피드백을 읽으면서 _‘와 이 사람 나랑 같은 생각했어!’ 를 몇 번이고 연발했다. 나만, 아니 작가만 이렇게 생각한 건 아니었구나 싶었다. 혼자만 그렇게 생각했다면 디스였겠지.


강원국 작가가 언젠가 한번 합평회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이 떠올랐다.

합평은 정말 좋은 실전에 내 글을 던지는 용기의 시간입니다.
잘 하게 되면, 가장 잘 쓰는 사람의 수준으로 모두 상향 평준화가 될 수 있어요.

작가는 용기의 시간을 함께 해 주고, 또 그들의 글이 책에 실릴 수 있게 허락해 준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어떤 글을 보니 ‘평소 리스펙트 하던 선생님께 메시지를 드렸고, 결국 합평회에 합류하게 되었다’ 는 문장이 있었는데, 나도 욕심이 살짝 났다. 혹시 또 안하시나요?

그 전에, 내가 읽어도 마음에 드는 글을 쓸 수 있도록 무던히 노력하는 것이 먼저인 것 같다. 그런 글이 나오면 와이프에게도 읽혀보고, 그 단계도 통과를 해야 내 글을 용기있게 꺼낼 수 있을 것 같다.

아, 당연히 다음 에세이 책 리뷰는 이미 정해져 있고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때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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