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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어떻게든 글을 쓸 수 있는 자세에 대한 이야기

빨간 책 표지보다도 묘하게 긴 제목, 그리고 고양이와 함께 글을 허둥지둥 쓰는 작가의 오너캐가 더욱 눈길을 끈다. 곽재식 작가의 글쓰기 에세이를 재밌게 읽어봤다. 나도 사실 이 분의 작품을 읽어본 건 아니었지만, 한동안 글쓰기 관련 책을 찾던 때에 ‘유퀴즈에 나왔던?’ 하는 생각이 스쳐서 골라오게 되었다.

‘훌륭한 글’ 을 쓰는 스킬이라기 보다, ‘글 자체’ 를 꾸준히 쓸 수 있는 스킬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책 제목과 통하는 면이 있다. 글을 쓰고는 싶은데, 시작도 못했거나 시작만 하고 끝을 못 냈다면.

어떻게든 글을 쓰고 싶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글쓰기 스킬 창고 대방출!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어, 글감을 찾는 방법, 글을 시작하는 방법, 글을 꾸미는 방법, 글을 꾸준히 쓸 수 있는 마음가짐을 공유한다.

다시 말하지만, 이 책은 훌륭한 글이나 책을 쓰기 위한 나만의 필살기 같은 걸 알려주진 않는다. (그런게 과연 있을지, 있더라도 전수가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보다는, 다른 작가들도 늘 할 것만 같은, 어떤 초식들을 알려주는 데 집중한다. 스킬이란게 별 게 없거든요

앞서 소개한 네 챕터 중, 글을 꾸미는 방법의 분량이 가장 적은데, 훌륭한 글을 쓰는데엔 결국 작가의 부던한 노력 (그리고 좋은 편집자를 만나 편집자의 말을 잘 따르는 것) 이 중요하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작가 개인의 경험에 비춰 글감을 어떻게 찾는지, 그리고 글을 꾸준히 쓸 수 있는 마음가짐을 어떻게 유지할 수 있는지를 읽을 수 있다는 점이 차별점일 것이다.

글감을 찾는 방법 : 상상하기

작가는 소설을 위주로 펴내기 때문에, 소설을 쓸 때 필요한 방법을 많이 알려준다. 하지만 (책에서도 강조한 것 처럼) 물론 다른 유형의 글에도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고 믿는다.

작가는 책 뿐만 아니라 영화를 참 많이 봐왔다고 한다. (영화 리뷰도 인터넷에 꾸준히 올렸다고 한다.) 이 영화의 좋은 점은 무엇이었을까, 나쁜 점은 무엇이었을까를 돌이켜 생각해 보면, 거기서 글쓰기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좋은 점은 살리고, 나쁜 점은 피하고. 좋고 나쁨은 평론가나 대중의 생각이 아닌, 자신만의 느낌으로 선택해야 한다. 그리고 왜 선택했는지 정도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 (이것만 나열해도 좋은 리뷰 글이 된다)

좋은 부분을 차용해서 써도 되지만, 얼개를 그대로 가져다 쓰면 표절이나 다름 없으니 시대 배경이나 공간 배경을 바꿔보란 조언을 한다. 작가 말로는 ‘판을 바꿔친다’ 라고 한다. 정말 어디서부터 써야할지 모르겠다면, 가장 재밌게 봤던 내용을 그대로 써 보되 판을 바꿔치는 것을 추천했다. 나쁜 점은 무조건 피하라는 것도 아니다. 그중에서도, 나라면 저렇게 스토리를 안 짰을텐데 싶은 건 거기서 출발해서 새로운 글감으로 써도 된다.

이런 건 비단 영화 뿐만 아니라 일상 사건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심지어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어떤 상상으로 스토리를 이끌어 낼 수도 있다. 가령, 지하철에서 할아버지께 자리를 양보했더니 별안간 ‘땡큐’ 라고 하시곤, 앉아 계시는 내내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고 하자 (진짜 어제 내 이야기다)

이 할아버지는 우리나라 사람일까 아닐까? 그저 노인분들께서 으레 하시는, ‘고맙다’ 라는 말로 전달하기엔 쑥쓰러움이 고마움이 뒤섞여 나온 흔한 수사일 뿐일까? 그렇다고 하기엔 발음이 꽤 정확한데다 숫기가 없었다.

정말 별 것 아닌데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과 묘사로 글이 써지기 시작하는게 느껴지지 않는가? 나만 그런가

메모와 백업의 힘

소재가 생각나면 바로 메모하자

책에서 대놓고 강조하는 부분이다. 메모하지 않으면 소재는 다시 기억나지 않는다. 작가는 신발 끈을 묶다가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끈을 다 묶고 나니 그것이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고 했다. 나 또한 많이 겪었고, 아마 다른 분들도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리라 믿는다.

마지막 챕터에는 글 쓴 것을 잘 백업하자고 조언한다. 나는 이 백업을 글 뿐만 아니라 소재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메모라는 것은 온라인으로 작성했건 노트에 끼적였건 간에, 수명이 굉장히 짧기 때문이다. 메모를 정리하고 발전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며, 그걸 위해서는 (제텔카스텐 같은 본격적인 관리 기법 이전에) 언제 썼고 어떤 상황에 썼고 어떤 아이디어였는지 정도는 관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메모가 지속되고, 글감을 찾아 헤맬 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글을 끝까지 쓰는 방법 : 일단 써라

글을 그냥 써야 하는 이유는 마지막 챕터에 몰아서 설명한다.

  • 글을 쓰지 않으려는 핑계는 많을 수 밖에 없다.
  • 글의 질이 당장 떨어져도, 나중에 고치면 된다. 두려워 말고 써라.
  • 글의 질보다는, 빨리 마무리해 펴 내는 것이 중요한 세상에 살고 있다. (마감!)
  • 소설이나 에세이 책이 아니더라도, 블로그, SNS 에 짧은 글을 올릴 수 있다.
    (그걸 엮어서 책으로 출판하는 세상이다)

하루에 한 시간, 일주일에 다섯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면 (작가 기준으로) 충분한 시간이라고 한다. 그것도 칼을 썰어내듯 한 시간 딱 채워 쓰지 말고, 아이디어가 샘솟을 때 멈추지 말고 쓰는 것을 추천했다. 작가는 한 번, 저녁에 시작한 글쓰기를 새벽 동이 다 틀 때 까지 한 적이 있다고 한다.

나도 역시, 창의적인 일을 연달아 하거나, 일거리가 레고 블록처럼 딱딱 맞아 떨어질 때에는 쉬지 않는다. 이 때는 머리도 잘 돌아가고 환경도 받쳐주는, 소위 물 들어오는 때이기 때문에 노를 멈추는 것이 손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직 읽어야 할 글쓰기 책이 더 많이 남았지만, 내가 읽었던 책 중에서 어떤 책이 가장 쉬웠냐고 묻는다면 이 책을 주저없이 꼽을 수 있겠다. 글쓰기 책들이 공통적으로 조언하는 ‘써봐야 안다’ 는 것을 여기서도 찾아 볼 수 있었지만, 곽재식 작가는 좀 더 친근하게, 자신의 경험담을 살려서 알려주기에 책이 좀 더 쉽게 읽혔던 것 같다.

끝으로 작가가 추천하는 정말 정말 쓸 소재가 없거나 이야기가 막혔을 때 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그냥 고양이 이야기를 써라. 독자들에게 한 동안 고양이는 인기가 있을 법 하다며. 고양이는 귀여우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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